교육 현장성 위기와 그 대응책
1. 문제
오늘날 고3 교실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엎드려 잔다. 4분이 1이 눈뜨고 있다. 주지하듯이, OECD가 참여하는 국제 피사(PISA) 시험에서 학습 흥미도는 낮은데도 시험성적은 높게 나온다.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까? 이것을 ‘교육 현장성 위기’라고 지칭하며, 그 현상이 심각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엎드려 잠자기’가 교실 구조가 되어 있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용납되고 있고, 신드롬으로 문화가 되어 있고, 체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왜 이 현상이 구조적으로 발생하는가? 이 현상에 대한 근본 원인(원인의 원인)을 파악해야 하고,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도 근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것에 합당한 대응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더 큰 ‘교육 현장성 위기’이다.
이 교육 현장성 위기에 대응하여, 학교와 교사가 책임지는 공교육 체제를 만들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가르치는 교사’로 하여금 교육의 과정을 기획·관리하게 하여 기대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일련의 교육적 관여를 ‘공교육 체제’라고 부른다. 교사 책임교육을 지속가능케 하는 공교육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의미의 공교육 체제는 교육에 대한 국가 개입과 사적 개입을 대체하여 교사의 전문성 개입을 요청한다.
인문계든 전문계든, 학습의욕을 진작하는 것, 학교에 교육활동이 있도록 하는 것, 결과적으로 교사 책임교육을 지속 가능케 하는 공교육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 문제이다.
2. 현황
한 마디로, 학습의욕에 반하는 교실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현황은 이러하다.
1) 아이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교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한 반에 다섯 명 정도이다. 그래도 교사는 나무라지 않는다. 고등학교 3학년 수업에 절반 이상이 자습한다.
2) 교사 중심 일방적 수업이 이루어진다. 학교 교실에서 외워야 할 지식체계 중심의 내용을 교사가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상징으로 표현된 자료이기에 교육활동은 수용적이고 피상적인 성격을 띤다.
3) 지식·교과 중심 교육과정 운영이 일상이 된다. 생활경험과 거리가 먼 수업이 이루어지고, 그 자체로 형식화된 수업의 낭비가 심하다.
4) 의미 있는 경험의 교재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식의 명제가 의미로서 이해·해석·설명되지 않고 외워야 할 짐이 된다. 의미로서 이해되기 위해서는 (대상 세계에 대한) 경험과 연관 속에서 해석·설명되어야 하고 그것이 유사 장면에 적용되어야 하는데, 그런 경우가 드물다.
5) 탐구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탐구가 일어나지 않는다. 책이라면 어렵고 딱딱하며 지겨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책과 멀어진다. 시험과 무관한 책은 읽지 않는다.
6) 성적·석차 시스템이 해를 거듭할수록 짙어지고 있다. 줄 세우기 시험(국가주도 수능시험) 성적·석차 경쟁이 심해지고, 그래서 사교육 확장이 일어난다.
7) ‘교사별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교사는 기록 가능한 교육활동을 하지 않으며, 기록할 수 있는 평가를 하지 못한다. 내신 평가도 결국 성적·석차를 표기하고 표준점수를 산출한다.
3. 원인
1) 자책하지 않는 전문가, 권력이 된 전문가 교사에게 그 원인이 있다. 전문가인 척하는 교사에게 문제가 있다. ‘의사 문제’가 그렇듯이. 교사는 자신의 교육활동 기획력을 문제 삼지 않고, 학생의 유능성(일반지능)과 성실성에 환원시키는 데 익숙하다.
2) 교실수업에서 학생들은 ‘청강생’으로 다루어진다. 구조적으로 ‘청강생 자리에 고정된 채’ 앉아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그 수업은 교사 중심이고, 지식 전달 중심이다. 참여자가 배척되고 청강생이 모범생으로 대접받는다. 청강생이기에 삶·경험과 무관한 지식이 주입된다.
3) 현행 ‘진도-석차-시험’ 도식의 수능시험제도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대학입시 수능시험의 영향력이 크다. 그 영향 하에서 ‘문제풀이 수업 - 참고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4) 현장 교사에게 교육과정 구성권이 한계 속에 있다. ‘교육과정 작업’을 하는 교사는 소수이다. 우수아와 열등아로 사람을 분별하는 사회적 관행이 교사의 교육과정 작업을 실패로 이끌고, 이 실패가 (사물과 현상에 관여하려는) 아이들의 자연적 학습의욕을 죽여 버린다. 그런데도 많은 교사가 그것을 ‘교육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 교육과정에 대한 권한을 교육부가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교사들은 그것을 편안해 한다.
5) 교육과 학습의 동력을 당대 젊은 세대의 필요와 소망에서 끌어내지 않고, 언제나 ‘위해서’의 어법을 쓰는. 어른 세대의 사람 관리술에서 찾아낸다.
6) 지금의 ‘국가 주도’ 교육과정 정책과 관행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종래의 사회적 관행이 교사의 교육과정 작업을 무력화하고, 이것이 학생의 학습의욕, 학습능력, 잠재력을 죽이고 있다.
7) 교사들은 정량평가와 함께 정성적으로 기록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것을 합리적으로 이끌어내는 제도적 압력을 받지 않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 근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것은 현안에 대한 근본적 방책일 수밖에 없다. 어설픈 대응책은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게 되어 있다. ‘교육’의 논점을 가지고 교육문제를 푼다. 교사와 학생의 자율 능력을 기본으로 인정하고, 그들에게 교육과정과 평가를 스스로 기획하는 자율을 주는 방안을 숙고하고, 이 자율을 어떻게 관리할지 그것을 쟁점으로 삼는다. 오로지 ‘국가 공교육 체제를 구축한다’는 가치판단에 의지하여, 다소 근본적이라고 비판을 받을지라도, ‘시작이 반이 되게 하는’ 필요충분한 정책방안을 구안한다. 정권과 무관하게, 중장기적으로 정책적으로 집중하면 능히 풀 수 있는 정책과제를 담는다. 구체적으로, 이렇게 대응하면 어떨까?
1) 누구나 학습의욕을 가지고 있다. 아동은 지식활동(탐구와 표현과 경청)을 하게 되어 있다. 지식활동을 하게 하는 교실 관계를 연다.
2) 교사는 학습자를 ‘참여자’로 대우하는 교육의 과정을 실행한다. 교실수업은 참여를 이끌어내는 지식활동을 자극한다. 그 지식활동을 자극함으로써 지적 도덕적 발달을 돕는다.
3) 아동의 요구와 개성에 따라 교사가 ‘교육과정 작업’을 하게 한다. 교실 관계를 여는 교육과정 작업을 자율적으로 전문적으로 하는 방식으로 교사의 존재 방식을 가다듬는다.
4) 교사는 교실수업의 자료를, 다시 말해 교과 수업내용을 삶의 경험 사태 속에서 가져온다. 이를 통해 탐구를 돕고 경험을 확장한다.
5) 이제 교사에게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권한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교사로 하여금 교육과정 작업을 허용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한다. 교육부 장관이 가지고 있는 교육과정 권한을 현장 학교의 교장과 교사에게 양도한다. 이것이 학교교육의 구조(바탕)가 되게 한다.
6) 정해진 교육과정을 온전하게 운영하게 하고, 대학 수능시험제도를 대체하여 ‘(가칭) 교육과정 완성도 검사’를 실시한다.
7) (가칭) 교육과정 완성도 검사의 합리성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교사로 하여금 기록 가능한 교육활동을 하게 하고, 이를 보증하는 방식인 교사별 평가를 제도화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교사에게 (배급된 권한이 아닌) ‘학생 평가권’을 온전하게 주는 것, 그리고 교사의 학생 평가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단위 수능시험을 정점으로 하는 외부평가(본고사형 논술고사 및 구술고사, 전국 단위 일제고사 등)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펴는 것이 긴급하다. 요컨대, 교사에게 ‘교육의 과정’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권한을 주고 그것에 대해 평가를 하는, 이른바 ‘교사 책임교육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공교육 살리기 교육정책이다.
5. 비평하는 학부모 존재
존재론적으로 타고난 학습의욕과 지식활동을 어떻게 진작할 수 있을까? 그 학습의욕을 진작하는 교사의 교육과정 작업을 법적, 제도적 조건이 허용하는 만큼 자율롭게 할 수 있도록 보증한다. 그래서 학습의욕을 진작하고 교육과정 작업을 응원하는 교사 책임교육 체제를 성립시킨다.
책임교육 체제라 할 때 그 책임은 교사의 교육과정 작업과 기록 가능한 교육활동에 대해 책임지는 교육체제를 말한다. 이에 대한 논의는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한국 공교육 체제에 대해 새롭게 논의해야 하고, ‘선발과 교육과 기록’에 대해 새롭게 숙고해야 한다. 이를 숙고의 대상으로 삼아 탐구하는 논의가 이미 여기저기에 있다.
‘니 자식, 내 자식’의 넘어 ‘우리들 자식의 발달을 겨냥한다’는 찬란한 생각을 가지고, 책임교육 체제가 작동하는 방식과 과정에 대해, 학부모는 사회적으로 비평한다. 학부모는 관련 정보의 공개와 개방을 요구하면서, 그 교육체제에 대해 비판의 안목을 가지고 접근한다.
물론 교육 ‘안’의 개혁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교육 ‘밖’의 사회정책도 함께 따라와야 한다. 대학 서열화와 학력·학벌 사회화에 대한 대책, 지역 균형발전에 따른 지역 인재 정책이 함께 구안·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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