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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을 배우는 길, 『모노노케 히메』가 던지는 질문
주인공 아시타카는 인간에게 총을 맞고 재앙신이 된 멧돼지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저주를 짊어진다. 그는 자신이 받은 저주를 풀기 위해 길을 떠나며, 숲과 인간 세계 사이의 첨예한 갈등을 목격한다. 숲을 지배하고 파괴하려는 인간, 그리고 그 숲을 지키려는 신령과 동물들이 서로 맞서 싸운다. 아시타카는 인간과 숲, 전쟁과 증오의 한가운데에 서지만, 어느 한쪽을 무조건 옹호하거나 배척하지 않는다. 그는 늘 상대의 처지에서 바라보려 하고, 분노와 증오 속에서도 이해하고 대화하는 길을 찾는다. 바로 이 태도가 존중의 힘이다.
영화 속 갈등은 단순하지 않다. 그 중심에 인간이지만 숲에서 자라난 소녀 ‘산(모노노케 히메)’과 인간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마을의 지도자 ‘에보시’가 있다. 작품은 어느 한쪽을 선악으로 단순하게 그리지 않는다. 숲을 베고 철을 캐내는 인간들의 탐욕 뒤에는 생존의 절박함이 있고, 자연의 분노와 파괴적 힘 또한 삶의 방식 중 하나로 묘사된다. 숲을 지키려는 동물들조차 서로 다른 방식을 주장한다. 들개는 인간에 대한 끝없는 적개심으로 싸움을 멈추지 않고, 멧돼지들은 힘으로 숲을 되찾으려다 파멸에 이른다. 원숭이는 인간처럼 숲을 파괴해서라도 나무를 되살리겠다는 역설적인 방식을 택한다. 모두 숲을 지키려는 마음은 같지만 방법과 관점이 달라 갈등을 빚는 것이다. 아시타카는 바로 이 복잡한 대립 속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존중하며, 파괴적인 증오가 아닌 공존의 길을 모색한다. 이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같은 목표를 두고도 서로 다른 길을 갈 수 있으며, 그 차이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의 성숙을 이끈다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우리는 여전히 점수와 경쟁으로 학생을 평가하며, 때로는 다양성을 인정하기보다 획일적 기준에 아이들을 끼워 맞추려 한다. 그러나 존중 없는 배움은 성취만 남기고 관계를 잃는다. 아시타카가 보여주듯 존중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다.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 속에서도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적극적인 태도다. ‘모노노케 히메’는 우리 교육이 다시 돌아봐야 할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얼마나 존중받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가? 교실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부딪힐 때, 우리는 경쟁의 논리로 승패를 가르기보다 아시타카처럼 차이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길을 모색하도록 돕고 있는가?
재개봉한 이 작품은 단순한 명작의 회고가 아니다. 교실 안에서 혹은 가정의 대화 자리에서 ‘모노노케 히메’는 인간과 자연, 문명과 생명의 관계를 깊이 사유하게 하는 살아 있는 텍스트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존중을 잃어가는 시대, 혐오 집회가 시내 한복판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서로 다름을 존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토론하는 것 자체가 소중한 교육이 될 수 있다. 아시타카의 여정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송민수 (거제지회) <저작권자 ⓒ 참교육 학부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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