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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만나기>를 말하다
<미디어와 만나기>의 단골 소재는 단연 책이다. <미디어와 만나기>를 통해 처음 소개한 책은 『이토록 굉장한 세계』였다. 동물들이 세상을 어떻게, 무엇으로 감각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니, ‘교육’이라는 주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하지만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감각적인 것이다. 『이토록 굉장한 세계』는 그런 감각의 다양성에 눈 뜰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주는 책이다. 내가 쓴 글의 마지막 문단만 소개한다.
모든 것을 다 감지할 수 있는 동물은 없다. 그랬다가는 무의미한 자극의 홍수 속에서 버둥거리게 될 것이다. 모든 동물은 각자의 환경 세계에 ‘딱 필요한’ 감각 기관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더 우월한 시각도 없으며 더 훌륭한 후각도 없다. 그저 각자에게 필요한 만큼 보고, 듣고, 맡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온 세상이 그렇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우리의 교육만 그렇지 않을 뿐.
그 외에도 다양한 책들을 소개했다. 『520번의 금요일』, 『시험 국민의 탄생』, 『로봇시대, 인간의 일』, 『어쩌다 우리는 괴물들을 키웠을까』와 가장 최근의 『능력주의는 허구다』까지. 책을 소개하는 일은 즐겁다. <미디어와 만나기>를 통해서라도 잠시라도 훑으면 좋겠다는 책들이다. <미디어와 만나기>가 소개한 책을 직접 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미디어와 만나기>의 단골 소재 중 애니메이션도 있다. 처음으로 썼던 「센과 치히로를 다시 만났습니다」부터가 그랬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주목했던 것은 성장담에서 벗어나기였다. ’성장‘을 대단한 가치로 떠받드는 우리의 잘못된 모습을 비추고 싶었다.
『쿵푸팬더』는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대학 입시를 보여준다. 『인사이드 아웃2』를 통해서는 불안을 야기하는 교육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는 경쟁과 성취가 아니라, 공감과 책임의 가치가 우리 교육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싶었다. 진정한 리더십과 공동체적 감수성이란 무엇일지 생각하게 만드는 참 좋은 애니메이션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는 솔직하게 자신을 마주하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교육환경의 중요성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얼마 전 개봉했던 『모노노케 히메』는 직접 극장에서 다시 보았다. 존중을 잃어가는 시대, 혐오 집회가 시내 한복판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에서 다름을 존중하는 삶을 주인공 아시타카의 여정을 통해 볼 수 있었다.
2024년 넷플릭스를 통해 크게 유행했던 『흑백 요리사』는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미디어와 만나기>에는 그런 마음을 정리해서 올렸다. 한편 올해 유튜브를 통해서 크게 유행했던 『휴먼 페이크 다큐 ‘자식이 좋다’』는 통쾌하고 시원한 풍자가 돋보였다. 삐뚤어진 우리 교육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본 듯하여 부끄럽기도 했다.
영화는 좀 엉뚱하다. 첫 번째 영화는 『곡성』이었다. 교육과 전혀 상관없는 영화다. 하지만 『곡성』이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이 우리 교육을 이야기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오인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은 『곡성』을 꼭 보아야 한다.
두 번째 영화도 엉뚱하게 『밀양』이었다. 『밀양』과 교육이 무슨 상관이지? 마지막 두 문장만 살펴보자.
‘나’라는 고유한 가치를 잃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위치를 보이고자 하는 마음의 고통은 이 땅의 교육이 만들어낸 불행입니다. 저는 ‘밀양’에서 우리 교육의 처참함을 봅니다.
이것이 <미디어와 만나기>가 만난 영화 『밀양』이다.
영화 『기생충』은 할 말이 많아 두 번에 나눠 이야기를 풀어갔다. 첫 번째 주제는 ‘계급의 선과 냄새’ 그리고 ‘산수경석과 Another brick’이었다. 되돌아보니, 『기생충』을 통해서 이 말이 꼭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존재 자체로 모멸감을 느껴야 하는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물론이다. 각자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자기계발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냄새나는 사람들과 함께 지하철에서 부대끼며 세상을 조금씩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각자도생을 위해 ‘산수경석’을 가슴에 안고 자신만이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환상에 빠질 것이 아니라, ‘Another brick’으로 살지 않기 위해 다른 삶을 꿈꾸는 것이다.
두 번째 ‘주제는 가짜 같은 진짜, 진짜 같은 가짜’였다. 가짜를 양산하는 대한민국의 교육이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사실 이번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영화’ 때문이다. <미디어와 만나기>에서 소개한 영화는 사실 교육이라는 주제와 관련이 전혀 없다. 교육과 상관없는 영화들을 교육이라는 문제의식을 통해 들여다보는 글이 좀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컸다. 그런데도 글을 쓰는 재미는 영화가 가장 컸다. 우리의 삶에 담긴 교육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도 교육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화를 교육의 시선을 담아 여러분에게 계속 소개하려 한다. 물론, 여러분이 허락만 해 준다면 말이다.
<미디어와 만나기>는 애니메이션과 영화, 책과 OTT, 그리고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미디어를 교육적인 시선으로 계속 헤쳐 나갈 것이다. 쓸데없이 지나치게 긴 글을 지난달에 <미디어와 만나기>를 통해 만났던 『어쩔 수가 없다』의 구절로 마무리한다.
“AI와 경쟁, 효율과 생존이 교육의 언어가 되어버린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빨리, 더 많이’가 아니라 ‘함께, 오래’이다. 교육은 경쟁의 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연대의 시작을 가르치는 일이어야 한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은, 결국 생각하기를 멈춘 인간이 내뱉는 자조적인 말이다. 아이들이 그런 말을 배우지 않도록,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정말, 어쩔 수 없었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시스템의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되돌리는 교육의 시작일 것이다.” 2025년 11월 <미디어와 만나기> - 「어쩔 수가 없다」 중에서
송민수(거제지회, 홍보출판위원회 위원) <저작권자 ⓒ 참교육 학부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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