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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당신의 ‘안녕’은 안녕한가요?
『안녕이라 그랬어』는 우리가 바라고, 또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는 안정된 중산층의 삶이 과연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를 서늘하게 보여준다.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숲속 작은 집」은 자수성가한 아내와 비교적 유복하게 자란 남편이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 부부는 소위 말하는 교양 있는 중산층이다. 타인에게 무례하지 않으려 애쓰고, 현지인 하우스 키퍼에게 적절한 팁과 선물을 건네며 자신의 너그러움에 스스로 안도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소설은 이들의 여유로움 이면에 숨은 팽팽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주인공은 현지인 가사 도우미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그 고마움의 무게를 자꾸 ‘돈’으로 환산하려 든다. 내가 건넨 호의가 상대에게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질까 봐 전전긍긍하고, 내가 낸 비용만큼의 서비스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한다. 다른 단편의 인물들 또한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감각을 정돈된 집, 적당한 교양, 합리적인 소비, 매끈한 관계로 반복해서 확인하려 한다.
소설 속, 이런 모습에서 문득 우리 교육의 현주소가 떠올랐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예의’는 혹시 타인과의 진정한 연결이 아니라, 불편함을 관리하는 기술이 되어 버린 건 아닐까? 이웃을 향한 ‘배려’라고 가르치는 것이, 실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확인받기 위한 ‘세련된 매너’로 굳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의구심이 불쑥 들었기 때문이다.
소설집의 또 다른 단편 「이물감」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자기가 원하는 건 큰 성공이나 호사까진 아니어도 살면서 그런 순간이 왔을 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는 거.”
우리는 흔히 경제적 자립이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성적을 더 높이라고, 그래야 좋은 직장에 다닐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아이가 타인에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중산층의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 속 인물들은 충분한 경제적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끊임없이 불안해한다. 남의 욕망은 ‘탐욕’처럼 보고, 나의 욕망은 ‘생존을 위한 기본 욕구’라며 자기 합리화를 거듭한다. 소설은 묻는다. 우리가 목적으로 삼아 온 이 ‘안전하고, 깨끗하고, 매너 있는 삶’이 정말 정답이 맞느냐고.
「숲속 작은 집」의 결말에서 부부는 예상치 못한 사건을 겪으며 자신들이 쌓아 올린 세계의 균열을 마주한다. 주인공은 엄마와의 관계에서, 또 남편과의 관계에서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불편을 느끼지만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었던 ‘평온’과 ‘안전’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소설을 통해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어른의 말보다 어른의 생활을 더 오래 본다. 우리가 ‘잘 살기’를 말할 때, 그것이 타인의 노동 위에 세워진 편안함을 모르는 척하는 기술이 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거나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오르게 하는 도구가 아니다. 내 아이가 누군가의 자리에 기꺼이 서 보려 노력하고, 누군가의 풍요가 타인의 결핍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리는 과정이어야 한다.
부모로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중산층의 성벽 안으로 무사히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누군가 그어놓은 성벽의 높이를 재는 법 대신, 그 벽을 허물고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야 한다. 내가 누리는 평온이 타인의 안녕과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세상의 모든 '안녕'은 실핏줄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하는 과정이 내 아이가 배우는 교육이었으면 한다. 김애란 작가가 소설집의 제목을 『안녕이라 그랬어』라고 붙인 것도, 우리에게 ‘안녕’의 의미를 다시 묻기 위해서가 아닐까.
과연 우리가 꿈꾸는 ‘좋은 삶’ 속에는 다른 사람들의 자리도 마련되어 있는 것일까? 진정한 ‘안녕’은 나 혼자 성벽 안에서 누리는 가짜 평온이 아니라, 타인과 마주 보며 건네는 서툰 첫인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 소설은 아프게 알려준다. 송민수(거제지회) <저작권자 ⓒ 참교육 학부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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