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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이 학교에 가져올 변화
차별금지법은 국가인권위원회와 법무부에서 공식 제안한 지 20년이 다 되어 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오래 묵은 숙제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실제 내용과 기대 효과는 이상할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정책이기도 하다.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의 중 절반 이상이 허위와 과장을 담은 가짜 뉴스, 성소수자나 이주민들에 관련된 차별과 혐오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차별금지법안에 실제로 담겨 있는 내용이 뭔지, 이 법이 제정되면 어떤 변화가 예견되는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22대 국회에도 차별금지법안 두 건이 발의되어 있다. 입법 운동도 적극 전개될 예정인 만큼, 올해나 내년 중에는 꼭 제정될 거라 기대해 본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학교에는 어떤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간략히 살펴보자.
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나이, 출신 국가, 출신 인종, 외모,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이하 생략) 등 다양한 사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행위를 공적인 영역에서 금지하는 법이다. 차별금지법이 다루는 공적인 영역이란 고용과 노동, 재화와 용역의 공급과 이용(물건을 사고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교육기관에서 교육과 훈련, 법령과 정책의 집행(사법, 행정) 네 가지 영역을 가리킨다. 흔히 떠올리는 개개인의 의견 표명이나 혐오 표현들은 애초에 법의 주된 적용 대상이 아니다.
2026년 2월 발의된 정춘생 의원안을 보면, 교육기관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이러하다. “교육기관에 지원·입학·편입”, “교육활동에 대한 지원”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 사유로 인한 “전학·자퇴를 강요하거나 퇴학 등의 불이익한 처분”을 금지한다. 그리고 ‘교육목표, 교육내용, 생활지도 기준에 차별을 포함하는 행위’, ‘교육내용 및 교과과정 편성을 달리하는 행위’,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나 편견을 교육내용에 포함하거나 이를 교육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가장 먼저 용의 복장 규정 문제가 떠오른다. 여전히 많은 학교에 남성과 여성에 따라 다른 머리카락과 복장 규제를 두고 있는데 너무나 명백한 차별이다. 머리카락 색깔을 규제하거나 ‘자연 곱슬’, ‘자연 갈색’ 확인을 받으라는 것 같은 경우도 외모나 인종에 따른 차별로 판단될 수 있다.
교육활동 중 교사의 차별적 발언이나 혐오 발언에 대해서도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스쿨미투’로 제기된 사건 중 상당수는 교사의 성차별 발언이나 여성과 성소수자 혐오 표현에 해당하는데, 이에 대해선 근거 규정이 없어 별 조치 없이 넘어가곤 했다. 차별금지법이 생기면 그런 것이 차별 행위인지 판단받고 시정과 재발 방지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수업 중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외모 평가, 외모 비하 발언들도 마찬가지다.
차별 금지 사유에 학업과 시험 성적이 명시되어 있진 않다.[법에서 학력(學歷)은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 같은 이력을 뜻함] 그러나 합리적 이유가 없다면 성적 차별 역시 차별금지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학생을 성적에 따라 달리 대우하거나 기숙사 입사를 제한하는 것 같은 행위는 차별로 판단될 수 있다. 대학 입시에서 고교등급제 의혹은 전형적인 교육기관 입학에서 학력(學歷) 차별이므로 적용 가능하다. 차별금지법으로 고용과 노동 분야에서 학력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대학 서열체제와 입시 경쟁을 해소하는 데 큰 계기가 될 것이다.
이처럼 차별금지법은 용의 복장 규제, 스쿨 미투, 고교등급제, 대학 서열체제 같이 한국 교육의 고질적 문제들, 문제제기를 해도 해결하지 못한 여러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법을 제정한다고 이러한 변화가 저절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차별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과정에는 사회적 가치관과 인식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법 시행 이후에도 학력 차별이 합리적이라는 따위의 판단이 나와 실망하는 일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실망하려면 일단 그것이 차별인지 여부를 판단받을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차별금지법이 있어야만 한다. 학교교육이 변화의 출발점에 서기 위해서라도 어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기를 바란다. 공현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저작권자 ⓒ 참교육 학부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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