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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의 시대, 교육의 공공성을 묻는 ‘질문’의 힘 - 어느 정책 토론회 사회자의 기록
1. 투표용지 앞에서 망설이는 당신에게
선거철이 다가오면, 학부모의 마음은 유난히 복잡해진다. 아이들이 매일 머무는 교실의 방향을 결정할 교육감을 선택해야 하지만, 쏟아지는 공약들은 대개 비슷해 보이고, 우리가 체감하는 절박함과는 어딘가 어긋나 있다. “이 후보는 과연 우리 아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있는가.” 그 물음 앞에서 망설이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 학부모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이번 정책 토론회 사회를 맡으며, 나는 단 하나를 목표로 삼았다. 후보들이 내세운 언어가 아니라, 그 이면에 놓인 ‘실력과 철학’을 드러내는 것. 상호토론조차 허용되지 않는 제약 속에서, 질문만이 유일한 검증의 도구였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물었다. 학부모의 눈으로, 교육 현장의 감각으로, 후보들의 준비 정도와 정책의 실체를 가늠하고자 했다.
2. ‘수월성’이라는 이름의 질문
토론 내내 내가 집요하게 붙들었던 것은 ‘격차’였다. 특히 “수월성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제시되는 정책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의 경제력이 교육 기회를 좌우하고, 그것이 다시 사회적 격차로 굳어지는 현실 속에서 일부 상위권을 위한 집중 지원이 과연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통해 발현된다. 그 기회가 이미 불평등하게 배분된 상태라면, 수월성은 공정이 아니라 선택된 특혜에 가까워진다. 이 지점에서 교육의 공공성은 시험대에 오른다.
더 우려스러웠던 것은, 기본적인 이해조차 부족한 채 제시되는 공약들이었다. 학교 유형에 대한 구분조차 불분명한 상태에서의 설립 공약, 재정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반복되는 시설 확충 약속들은 정책이 아니라 선언에 머무르고 있었다. 교육은 선언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구조와 책임, 그리고 실행 가능성 위에서만 작동한다.
3. 토론이 드러낸 또 하나의 한계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토론이 과연 ‘격차’를 충분히 드러내는 자리였는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후보들의 답변은 대체로 무난했고, 교육 정책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학부모들에게는 모두 그럴듯하게 들렸을 것이다. 격차의 본질과 정책의 차이를 분별해내기에는, 질문과 답변이 허용하는 깊이 자체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토론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후보들의 태도는 적잖은 실망을 안겼다. 사전에 공유된 질문이 있었음에도 준비의 밀도가 충분히 느껴지지 않았고, 질문의 취지를 좇기보다 난도를 문제 삼거나 부담을 호소하는 반응도 있었다. 물론 모든 질문이 쉽고 단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복잡한 교육 현실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설명할 수 있는 책임의 자리다. 질문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답변이 준비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4. 예산이라는 현실, 그리고 공공성의 기준
교육 예산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그 사회가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가치의 문제다. 이번 토론회에서 내가 일관되게 세운 기준은 ‘공공성’이었다. 일부를 위한 집중 투자보다, 모든 아이가 자신의 조건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 친환경 급식의 질을 지키는 일, 일반고의 교육력을 강화하는 구조적 접근, 민주시민 교육을 내실화하는 노력은 결코 후순위로 밀려나서는 안 될 ‘권리의 영역’이다. 후보들이 예산을 이유로 본질을 비껴갈 때마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 선택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포기하는 것인지.
5. 격차의 사슬을 끊는다는 것
논의는 자연스럽게 대학 서열화와 지역 교육 격차로 이어졌다. 초중등 교육의 문제는 결코 그 안에서만 닫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입시 구조는 여전히 교육을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며, 그 속에서 지역과 계층의 격차는 반복되고 강화된다. “대학을 살리겠다”는 선언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전 단계에서 이미 벌어지는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통찰이다. 이 질문 앞에서 후보들의 정책은 분명하게 갈렸다. 그리고 그 차이는 곧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였다.
6.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토론회를 마친 뒤, 나는 조용히 되돌아보게 된다. 이 질문들이 과연 학부모들에게 충분한 이정표가 되었는지. 분명한 것은 하나다. 교육은 무관심 속에서 나아지지 않는다. 선거는 단순히 사람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다. 공부하지 않은 정책은 질문 앞에서 드러나야 하고, 현장을 외면한 공약은 검증 앞에서 걸러져야 한다. 그 시작은 거창하지 않다. 묻는 일이다. 누가 우리 아이들의 권리를 중심에 두고 있는지, 누가 공공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우리의 질문이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교육은 특혜가 아닌 권리로, 경쟁이 아닌 책임으로 다시 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아이들의 교실은 지금보다 조금 더 공정하고 따뜻한 곳에 가까워질 것이다. 도승숙 (참교육학부모회 수석부회장, 경기지부 지부장) <저작권자 ⓒ 참교육 학부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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