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학부모신문

미디어와 만나기> 더 뛰어난 감각은 없다

에드 용 지음, 양병찬 옮김, 『이토록 굉장한 세계』, 어크로스, 2023

참교육 학부모신문 | 기사입력 2024/03/05 [11:10]

미디어와 만나기> 더 뛰어난 감각은 없다

에드 용 지음, 양병찬 옮김, 『이토록 굉장한 세계』, 어크로스, 2023
참교육 학부모신문 | 입력 : 2024/03/05 [11:10]

더 뛰어난 감각은 없다 

: 『이토록 굉장한 세계』

 

 

▲ 에드 용 지음, 양병찬 옮김, 『이토록 굉장한 세계』, 어크로스, 2023


모든 생명은 자극에 반응한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모두 외부 자극에 반응하기 위한 우리들의 감각 기관이다. 물론 이런 감각 기관은 우리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다른 동물들도 외부 자극에 반응한다. 모든 동물은 자신의 감각 기관으로 세상을 보고, 듣고, 느낀다. 모두가 각자의 환경 세계(Umwelt)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청둥오리가 ‘보는’ 세상은 어떨까? 금화조가 ‘노래하는’ 세상은 또 어떨까? 개가 ‘맡는’ 세상은 어떨까? 알 수 없는 다른 동물들의 감각 기관을 설명한 훌륭한 책을 만났다. 바로 에드 용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다.  

 

청둥오리는 호수 표면에서 고개를 들지 않고도 하늘 전체를 볼 수 있는 완전한 파노라마 시야를 가지고 있다. 전방이나 후방에 사각지대가 전혀 없다. 놀랍게도 하늘을 나는 청둥오리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세상’과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세상’을 동시에 본다. 왜가리의 시야는 수직으로 180도를 포괄한다. 부리가 정면을 향한 채 똑바로 서 있어도 아래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고개도 숙이지 않고 그냥 볼 수 있다. 볼 수 있는 범위만이 아니라, 보이는 ‘색’도 전혀 다르다. 개와 고양이는 두 가지 원뿔세포를 가지고 있는 반면, 인간은 세 가지 원뿔세포를 가지고 있다. 개와 고양이가 보는 세상은 파란색, 노란색, 회색의 색조로만 보인다. 그들에게 빨간색은 없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 새와 파충류, 물고기와 곤충들은 모두 자외선(UV)을 볼 수 있다. 그들은 꽃잎과 새의 날개에서 우리가 볼 수 없는 무늬를 본다. 

 

볼 수 없는 것만 아니라, 들을 수 없는 것도 있다. 인간은 소리 모듬의 길이가 3~4밀리초 이상인 경우에만 소리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카나리아와 사랑앵무는 1~2밀리초까지, 금화조는 1밀리초짜리 소리 모듬까지 구별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똑같이 들리는 소리가 새들에게는 전혀 다른 소리로 들린다는 것이다. 우리가 ‘짹짹 단어 사전’을 만들어서 새와 대화를 하고 싶어도, 언어 장벽이 아니라 감각 장벽 때문에 우리는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가 없는 것이다. 

 

빛은 직진한다. 소리는 굽이친다. 하지만 둘 다 금방 사라진다. 냄새는 모퉁이를 돌아 어둠을 통과하고, 넓게 퍼지며 돌아가고, 흐르며 스며든다. 우리 집 앞 거리에는 우리에게 보이는 풍경과 들리는 소리 말고도 곳곳에 수많은 냄새가 남아있다. 냄새는 지나간 과거를 살필 수 있게 함은 물론, 아직 도착하지 않은 대상보다 먼저 도착해서 앞으로 일어날 미래를 보여주기도 한다. 강아지가 코를 킁킁 거릴 때, 현재와 미래와 과거가 함께 그의 콧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집 앞 거리에는 냄새의 지도로 만들어진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 

 

감각 기관에 관한 신비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우월성’이 아니라 ‘다양성’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맡을 수 없는 세계가 있다. 들을 수 없는 세계가 있고, 볼 수 없는 세계도 있다. 모든 것을 다 감지할 수 있는 동물은 없다. 그랬다가는 무의미한 자극의 홍수 속에서 버둥거리게 될 것이다. 모든 동물은 각자의 환경 세계에 ‘딱 필요한’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더 우월한 시각도 없으며 더 훌륭한 후각도 없다. 그저 각자에게 필요한 만큼 보고, 듣고, 맡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온 세상이 그렇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우리의 교육만 그렇지 않을 뿐.

송민수(거제지회)

  • 도배방지 이미지

홍보·출판 많이 본 기사